Friday, May 8, 2015

The Big Boys


내가 있는 유치원에는 두 개의 반이 있다.

하나는 두살에서 네살까지 정말 꼬꼬마들로 이루어진 반이고, 다른 하나는 네살부터 여섯살까지 꼬꼬마들에 비해서는 의젓한..까지 썼지만 말 취소. 의젓하진 않고 그냥 말 잘하고 잘 걸어다니는 꼬꼬마들 반이다.

내가 맡은 아이들은 직립보행이 수월한 후자의 'Big Boys'들인데 일주일 동안 8시부터 4시까지 부대끼며 살다보니 어느정도 성격이나 특징 파악도 마치고 내가 이 도시에 머무는 가장 중요한 이유인 아이들인만큼 소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포스트는 우리 반 아이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어제인가 몸이 안좋아서 일찍 조퇴를 했는데 얼굴에 아른아른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아ㅠㅠ괜히 나는 아파가지고 애기들 오늘 충분히 못보고ㅠㅠ 히유류ㅠ' 라는 생각까지 나는 것으로 보아 벌써 정이 들어버린 건가 싶더라는.





Zombi (죰보이)


  • Zombi라 쓰고 죰보이라고 읽는다.
  • 듬직한 체격에 무뚝뚝한듯 보이지만 알고보면 순둥이도 이런 순둥이가 없다.
  • 말도 잘 듣고 동생들을 이끌 줄 아는 아이.
  • 처음엔 낯가리는 듯 싶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을 열어주는 것 같은 아이. 첫날에는 내가 머리를 쓰다듬고 아무리 말을걸어도 (ㅡ.ㅡ) 이 표정으로 일관하더니 5일이 지난 오늘 나에게 죽은 파리를 어디서 주어와서 보여주면서 내가 무서워하니까 꺄르르 놀리더라는.
  • 나와 함께 일하는 유치원 선생님 Audri (오드리)가 말하기를 헝가리어 말투가 한국말로 바꾸자면 '애어른' 같다고ㅋㅋ "에휴..쯧쯧..이런..쯧쯧.." 요런 말투를 잘 쓴다는데 죰보이 아버지 말투와 똑같다고 했다.
  • 낮잠 안잔다.
  • 크면 맥주 잘 마실것 같다.



Sami (싸미)

  •  싸미는 이란사람! 하지만 국적은 캐나다! 그리고 헝가리에 살고있다.
  • 부모님 두분 모두 헝가리에서 치과의사 이신데 특히 싸미 아버지가 매우 엄하시다 들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것도 있고 본성이 착하고 순해서 말을 정말 최고 잘 듣는다.
  • 말을 잘 듣는 다는 건 시키는 일을 빨리 해낸다는 뜻. 싸미는 인내심 끝판왕이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버벅거리도 하고 말 괜히 안들으면서 투정부리면 (매일, 매순간, 한명씩은 꼭.) 어른들에겐 3분안에 해치울만한 일이라도 아이들에겐 몇 십분씩 필요한데 싸미는 우리와 같은 3분만에 주어진 과제를 해낸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을 기다린다. 차분히 의자에 앉아서 특유의 차분한 표정으로ㅋㅋ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너무 귀여워서 푸푸풒ㅂ 하고 웃음이 나와버린다. 저 나이 때의 저 정도의 인내심이란.. 나 같으면 "아오! 떄려쳐!" 하고 엎어버렸을 수도.
  • 오드리가 가장 믿는 아이. 길을 건널 때 손이 모자라거나 하면 싸미에게 아이 두명의 손을 잡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뭐 좀 가져달라고도 하고.
  • 그래도 아직 아이긴 아이다. 놀이터에서 뛰어놀 때 세상을 얻은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 영리하다. 집중력도 좋구.
  • 첫날, 아이들 모두 나를 무시할때 (..흑) 싸미가 제일 처음 "What's your name?"이라 물어보며 다가와주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난 감동이 쓰나미 처럼 밀려오는 걸 간신히 참고 대답해 주었던 듯.
  • "So what~is~my~name~?" 하면 제일 먼저 "Hannah!"하고 대답한다.
  • 나와 눈만 마주치면 씨익 하고 웃어준다. 고마워ㅠㅠ


죰보이 & 싸미











Marzi (말찌)


  • Marzi라고 쓰고 말찌라고 부른다.
  • 행동과 언어 발달이 나이에 비해 조금 느려서 헝가리어와 영어 모두 조금 서툴다. 행동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 뻣뻣하다.
  •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뽀얀 얼굴에 천사같은 미소와 눈읏음을 가진 아이다. 정말 말찌가 웃는 걸 보는 순간 상투스가 울려퍼지고 머리 위에 나팔부는 천사들이 떠다니는 걸 경험하게 된다.
  •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웃음도 많아서 괜히 쿡 찌르면 그 예쁜 웃음과 함께 "꺄륵! 먕!"하는 귀여움 끝판왕 소리를 낸다.
  • 숱기가 많이 없어서 유치원에 처음 적응할 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했다. 지금도 유치원 끝나는 시간까지 있지는 않고 12시 조금 넘어 아이들 낮잠 자기 전까지만 있다가 간다. 차근차근 해나가는 중.
  • 근데 너무 귀여워ㅠㅠ 말찌 부모님은 정말 행복하겠다.. 이렇게 귀여운 애기를 매일 매시간 볼수 있다니ㅠㅠ

Kristof (크리스토프)

  • Big Boys의 막내! 크리스토프! 꼬꼬마 반 다녀오면 크리스토프가 그~렇게 애기라고 느끼는데 또 Big Boys들 사이에 크리스토프를 보면 정말 애기 중 애기다.
  • 크리스토프 한테는 화를 못내겠다.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린다. 그래서 야단치던 중에 갑자기 뒤 돌아서 혼자 한참 소리 죽여 웃다가 다시 정색하고 화내다가 뒤돌고 또 웃고..암튼... 크리스토프한테 제일 약하다.
  • 유치원에서 날 보면 대부분 크리스토프 졸졸 쫓아다니면서 입벌리고 구경하고 있다. 
  • 하는 짓에 귀여움이 묻어나는 것 뿐더러 땡그란 눈에 터질것 같은 볼. 그 와중에 한번 꺄르르 웃어주면 나 귀여움에 질식해서 기절.
  • 울보다 울보. 근데 뭐 맘에 안드는 게 있어서 우는게 아니라 그냥 별거 아닌 일에 울어버린다. 오드리가 말해준 대로 무시하고 있으면 금새 또 자기 혼자 울음 그치고 형들 따라다니면서 놀러다닌다.
  • 은근 말 안듣는다.
  • 평화 주의자. 그리고 너무 착하다. 남 도울줄 알고 양보할 줄 알고 챙길 줄 알고. 
  • 아참참! 죰보이와 크리스토프는 형제다! '뭔가 닮았는데..'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맞았다! 두 형제 모두 순딩이에 마음씨 넓다.
  • 예를 들어보면, 나중에 나올 안드리쉬가 두 자리 밖에 없는 그네에 타고 싶어서 다른 아이와 다투고 울고 떼쓰고 있었는데 그걸 본 크리스토프가 자기도 타고 싶었을 텐데 타고있던 그네에 내려서 일부러 다른 놀잇감을 찾았다. 그걸 보고 감탄. 와우.
  • 아 진짜; 장난 안하고 너무 볼매; 진짜 너무 귀여워... 진짜.. 크리스토프 부모님도 행복하실듯..그리고 크리스토프 크는거 하루하루 너무 아까울듯... 후ㅜㅜ 이거 쓰는 지금도 보고싶다ㅠㅠ


Martin (마틴)

  • 내가 간 첫 날 Birthday Boy 뱃지를 달고 초코케이크를 냠냠 먹고 있던 마틴.
  • 완전 장난꾸러기. 가만히 있으면 와서 툭툭 건들면서 장난친다.
  • 영리하다. '영악하다'라고도 볼수 있다. 오드리가 말하기를 싸미보다 마틴이 더 머리가 잘 돌아간다고 했다. 특히 사람을 다루는 면에서 그 사람의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하고 그걸 유리하게 써먹을 줄 안다 했다. ㄷㄷ.. 나도 못하는 걸 5살 때 깨우쳤다니.
  • 크면 여자 꽤나 울릴 것 같다. 원하는 여자는 다 겟할 듯.
  • 밥을 잘 안먹는다. 다른 애들 다 먹고 더 달라고 하고 있을 때 마틴은 메뉴 하나도 못 끝내고 숟가락만 들었다 놨다 깨작깨작. 
  • 안드리쉬와 함께 사고뭉치 Top two! 이리저리 욕심도 많다. 
  • 하지만 역시 아이는 아이. 싸미랑 나랑 술래잡기 하는걸 좋아하는데 난 체력 딸려서 오래 못해준다. ㅋㅋㅋㅋㅋㅋ


Andris (안드리쉬)
  • 대망의 안드리쉬! Big Boys반의 자타공인 사고뭉치 트러블메이커! 
  • 첫 날 안드리쉬 컨디션이 좋았는지 꽤 말 잘 들어서 오드리가 안드리쉬가 트러블메이커라고 할 때 '왜지?'하며 의아했는데 음.. 다음 날 부터 확실히 깨닫게 해줬다^^ 고마워^^
  • 갖고 싶은건 갖는다. 수틀리거나 화나면 플라스틱 장난감 삽을 들고다른 애들을 때리려하고 던지고 울고 소리지르고 미운 다섯살의 정석을 보여주는 안드리쉬. (지금 사진도 그런것 상황 이었던 것 같은데.)   
  • 쪼끄만게 잘생김; 오늘 낮잠 자는 모습 보니까 천사 같았다.
  • 근데 말 잘을때는 정말 잘듣는다. 밀당남 정석.
  • 로맨티스트가 될것 같다. 갑자기 다가와서 임신해있는 오드리 배에 뽀뽀를 하고 꼭 껴안고 간다거나 놀이터에 나가면 늘 예쁜 꽃을 찾아서 오드리에게 건네주고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다가 엄마가 오면 슬며시 꺼내 준다. 
  • 첫날, 둘째 날 까지도 나 없는 사람 취급하고 말 절대 안듣고 무시하더니 셋째 날에 놀다가 갑자기 꽃을 건내줬는데 눈물 나올뻔했다ㅠ.. (근데 나중에 다시 가져간건 함정.) 


설명은 이쯤 하고 사진 뿌리게쯤 







내 옷 끝자락 잡고 "Apple juice please~"하는 모습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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